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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과 김밥, 그리고 생활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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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과 김밥, 그리고 생활인구

단종과 김밥.

전혀 관련 없는 두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최근 많은 사람들을 특정 장소로 몰리게 한 주역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이 '단종'과 '김밥'이 불러일으킨

특이한 공간적 현상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왕과 사는 남자"로 단종의 왕릉에 하루 최고 17,000명이 몰리다

올해 2월 4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2026년 3월 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08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촬영지 및 역사적 배경지인 강원도 영월군을 찾는 인파가 매우 증가하였죠.

올해 1월 1일~3월 7일 청령포·장릉의 누적 관광객 수는 10만 214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작년에는 6월 들어서야 10만 명을 넘어섰는데, 올해는 약 두 달 조금 넘는 기간 만에 그 기록을 깨어버린 것입니다.

또한 올해 1월은 청령포·장릉을 찾은 관광객이 9033명 수준이었으나,

'왕사남'이 개봉한 2월에는 6만 4801명을 기록했고,

3월의 경우 일주일 사이에만 2만 8000명을 넘어섰습니다.

SKT 통신 데이터 기준,

"장릉"을 방문한 일별 방문자 수도 확인해보았는데요.

연휴 및 주말 동안 특히 방문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패턴이 보입니다.

전반적으로는 설 연휴(2월 14~18일) 및 그 직후 토요일(2월 21일)

3·1절 연휴(2월 28일 토~3월 1일 월) 구간에 뚜렷한 피크가 나타납니다.

3월 1일 일요일 하루에만 16,965명이 방문하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2월 28일 토요일(14,834명)과 2월 21일 토요일(10,115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영월군의 주민등록 인구약 3만 6천여 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콘텐츠 하나가 촉발한 관광 수요의 잠재적 규모가 얼마나 큰지 체감이 됩니다.

영월을 찾는 사람은 누구? - 성·연령별 방문자 분포

영월에 위치한 단종의 왕릉인 '장릉'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일까요?

SKT 통신 데이터로 집계한 성·연령별 분포를 보면,

40대 여성(12%)과 40대 남성(10%)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50대(남 9%·여 10%)와 60대(남 8%·여 9%)가 그 뒤를 잇습니다.

40~6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이 영화를 통해 중장년층의 영월 방문 및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영월 방문을 이끌어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곳에 얼마나 먼 곳으로부터 오는지도 살펴보았는데요.

SKT에 등록된 거주지 기반으로, 방문지까지의 평균 거리를 살펴본 결과

장릉 방문자의 거주지로부터의 평균 이동 거리"124.6km"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서울 석촌호수로부터 장릉까지의 직선거리(124.6km)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로,

수도권 전역이 장릉의 실질적인 방문 배후 권역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자동차로 약 2~2.5시간 거리를 기꺼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인데요.

이는 근거리 나들이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이곳을 목적지로 찍고 방문하는 '목적지형 방문'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타 지역에 사는 사람이 영화를 보고, 연휴에 차를 몰아 시/도 경계를 넘어 124km를 달려 역사 현장을 직접 찾는다. 그 발걸음이 인구 감소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김천의 "김밥축제" -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이틀만에 불러모으다

또 재작년 2024년에 시작해 작년으로 2회를 맞은 김천의 '김밥축제' 또한 구름 인파를 모은 바 있는데요.

인구 13만 명 되는 도시에

1회에는 10만 명이, 2회에는 무려 인구 수를 넘는 15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단 두 회차만으로 추세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2024년 10만 → 2025년 15만으로 약 50% 증가한 결과입니다.

김천의 김밥축제는

젊은 세대 다수가 ‘김천’이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김밥천국’이라는 분식 프랜차이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웃픈' 설문 결과에서 기획된 축제인데요.

김밥이라는 최대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 '자두'를 부르고,

의전, 개막식, 바가지 상술을 모두 없앤 축제로

매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인 지역 축제가 되었습니다.

'생활인구'에 주목하는 국내 소도시들

위에서 살펴본 단종과 김밥의 공통점은 바로,

국내 시/군급 도시의 특정 공간으로 단기간 동안 매우 많은 인원을 끌어모았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이 특정 지역에 쭉 살고 있던 사람(거주인구)이 아닌,

잠깐 들렀다 가는 사람(관광객, 일시 체류 인구)들의 힘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젊은 인구의 유출로 인구 감소가 발생하는 소도시에서,

이러한 활력은 도시 경제에 큰 힘이 되어줍니다.

이에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을 위해 만들어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의 제15조에서는

"(생활인구의 확대 지원)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감소지역 내 생활인구를 확대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시책 등을 수립ㆍ시행할 수 있다." 라며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해두고 있으며,

행정안전부에서는 분기별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모든 지자체의 체류인구 자료를 공식적으로 배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본 체류인구 자료는 주민등록자료(행안부), 등록외국인자료(법무부), 모바일 이동정보(통신3사) 및 신용카드 사용 정보를 활용하여 분석된다고 합니다.

본 자료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직접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ois.go.kr/frt/bbs/type013/common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006&nttId=124015

국내 지자체들은 이처럼 '생활인구' 개념을 정책에 도입하며

주민등록인구 뿐만 아니라 잠시 다녀간 인구가 만들어내는 활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근·통학·관광·체험·업무 등으로 지역을 찾는 사람들까지 지역 활력의 주체로 포괄하는 전략을 도입하고,

농촌유학, 워케이션, 문화공동체 조성, 관광콘텐츠 확충 등, '생활인구 친화 정책'에 힘쓰고 있습니다.

'생활인구'의 명암

생활인구는 인구 감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수단임은 확실해보입니다.

'왕사남' 영월 사례처럼,

콘텐츠 하나가 수도권 124km 반경의 잠재 방문객을 깨우고,

단 하루에 수만 명의 '임시 주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큰 성과입니다.

"감소하는 주민등록 인구를 방문 인구가 메우는" 새로운 구조는

지역 소멸 위기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은 마냥 밝지 않습니다.

수만 명이 좁은 공간에 몰릴 때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 주차·교통 혼잡, 소음, 자연환경 훼손은 정주 주민의 일상을 자칫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청령포에서 많은 인원이 몰리며

나룻배의 정원을 초과해 승선하거나,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해,

안전 사고의 위험도 현장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고요.

김천 김밥축제 또한 지역 상권에 큰 기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교통 혼잡과 이동 동선의 병목을 만들어 안전 안내 문자, 셔틀버스 대기, 구매 제한 같은 운영 조치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방문객이 쓰고 간 돈이 지역 내에 제대로 순환되지 않고

대형 유통망이나 외지 사업자에게 빠져나가는 '경제적 누수' 문제도 지적됩니다.

결국 이러한 '생활인구' 정책의 성패는 단지 "사람을 모으는 능력"만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닙니다.

밀집 인원을 적절히 분산하고,

단순 방문을 숙박·재방문으로 전환하며,

관광객들의 소비가 지역 내에서 돌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마케팅을 통한 유치에서 그치지 않고 사려 깊은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진다면,

단종의 이야기가, 김밥의 맛이, 그리고 124.6km 거리를 뚫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활력을 잃어가는 소도시 지역의 허전함을

진정으로 메워줄 수 있을 것입니다.